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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 현대 AU

프은이라기 하긴 뭐한 논커플링 영웅즈 연성,,

캐붕주의 현대 AU 주의 어정쩡함 주의 오글 주의 그냥 전부 다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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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

쪼로록,

사각거리는 소리마저 시끄럽게 들릴 정도로 조용한 방 내부에 음료를 맛있게 빨아들이는 소리가 조용히 울려퍼졌다. 고등학생 6명이 제각각 다른 방법으로, 하지만 침묵을 유지하며 공부를 하는 모습은 서로에게도 꽤나 새로웠다.

Ice Espresso 라고 하얀색코팅으로 써져있는 플라스틱 컵엔 벌써 물방울이 응결되기 시작했다. 차가운 에스프레소 옆에는 검정색 이어폰이 너저분하게 어질러져 있었다. 그와 대비되는 허여멀건한 손가락이 샤프를 내려두곤 책을 고쳐잡았다.

“프리드. 이거 모르겠는데...가르쳐 줄 수 있을까? 미안.”

은월의 목소리가 무서울 정도로 조용한 방 내부에서 잔잔하게 울렸다. 그 말을 들은 프리드는 살짝 웃으며 제 샤프를 다시 고쳐잡았다. 음...그러니까 이건 말이지. 여기서 원하는 게 뭔지 알면 간단해.

나긋나긋하게 들리는 프리드의 설명을 뒷편으로 한 다른 학생들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는 듯 다들 제 교과서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 와중에도 각각의 특징이 나타났다. 팬텀은 헤드셋, 메르세데스는 화이트펜, 아란은 아디오스 져지가, 루미너스는 정갈한 필체가 목소리를 대신해 제각각의 특징을 드러내어주었다.

프리드와 은월이 얼마나 말을 주고 받았을까, 새하얀 적막 속에서 갑자기 불규칙한 패턴의 알람이 울렸다. 꽤 펑키한 음악소리에 모두 소리가 나는 곳을 매서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아, 2시간이다. 이제 쉬는 시간!”

메르세데스가 알람을 끄곤 활기차게 웃으며 말했다. 깜짝 놀라 날 선 눈으로 메르세데스를 쳐다보던 루미너스도 이내 샤프를 제 필통 속에 넣고 손목을 풀기 시작했다. 팬텀은 조금은 신경질적이라고 생각될 수 있을만한 손짓으로 제 헤드셋을 내려놓았다. 아란은 제 져지의 지퍼를 끝까지 올리곤 메르세데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방 문을 열고 뛰쳐 나갔다.

다들 기지개를 피거나 부산스럽게 노트를 정리하고 있는 무렵, 은월은 제 자리에 가만히 팔을 베고 누워 아이스 에스프레소를 맛있게 마시고 있었다.

“아, 다 마셨네.”

은월이 더 이상 갈색 액체가 보이지 않는 컵을 대충 쳐다보며 말했다. 더 가져오기 귀찮은데... 은월이 조용히 읊조리곤 제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났다. 방문을 느릿하게 열고 커피를 가져오는 모습이 영락없는 입시생의 모습이었다.

그들은 미성년의 끝자락에 서 있었다.

-

“아 진짜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아...”

“참아야지 뭐, 대한민국 입시가 어디 가겠냐?”

“그건 인정.”

에스프레소를 가지고 온 은월이 퀭한 얼굴로 말하자 그의 옆에서 핸드폰을 쳐다보던 팬텀이 대충 대꾸했다. 그런 팬텀의 말엔 고칠 것이 하나도 없었는지라 은월의 말에서 간단하게 동감한다는 말이 나왔다.

/왜...피곤하니까 말 시키지 마.../그, 에스프레소 마시면 집중 잘돼냐?/몰라. 맛있어서 마시는 건데 그런걸 따질 수가 있나...

별 시덥지 않은 소리가 스터디룸 내에 조용히 울렸다. 그 별 시덥지 않은 소리 이후론 고요한 침묵만이 가득했다. 얼음끼리 부딪히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은월의 플라스틱 컵에 벌써 물방울이 응결되기 시작했다. 이젠 이렇게 응결된 물방울조차 흥미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프리드와 같은 대학을 가겠다고 열심히 다짐을 해 지금껏 달려왔건만, 가끔씩 오늘처럼 사기가 저하되는 날이 있었다.

은월은 얼음만으로 가득한 세상을 꿈꾼 적이 있었다. 얼음만으로 가득한 세상이라면 아무리 짜증나고 화나는 일이 있어도 어딘가에 붙어있으면 금방 시원해질텐데. 별로 웃기지도 않는 생각을 하며 은월은 다시 제 교과서로 눈을 돌렸다. 만약, 만약 프리드와 같은 대학교에 붙지 못한다면...

-

11월, 잊혀지지 않는 달(月) 이었다. 적어도 은월에게는 말이다. 작년 11월, 은월은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수능을 코 앞에 두고선 대학을 포기한다니. 제 친구들은 지금껏 공부한 게 아깝지 않냐고 물었다. 저는 그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었다. 자주 만나지 못하는 친구들과 그 때 원없이 만난 것이 지금껏 연락을 유지할 수 있었던 실마리가 된 것 같기도 했다.

대학진학을 포기한 이유는 그렇게 거창하지도 않았다. 내신 때문에 프리드가 진학하려는 대학교에 지원도 넣을 수 없게 되었던가. 아니면, 그 때 수능을 말아먹었었나? 그 때 그 감정은 아직도 생생하지만 사실 대학진학을 포기하게 된 정확한 이유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벌써부터 건망증인가? 은월은 저가 생각하고도 조금 웃긴듯 소리를 죽여 웃었다.

대학진학을 포기한 대신 은월은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시내에서 조금 벗어난 한적한 골목에 위치한 자그만한 카페였다. 처음엔 호기심으로 시작했건만 점점 이 일에 빠져들면서 벌써 1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은월은 조금 많이 이르지만, 자신이 꽤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다. 바리스타 자격증도 땄고, 요즘은 글도 쓰고 있었다.

조금 짧은 단편소설이었다. 200장 내외로 된 단편소설 모음집을 내려고 한다. 초고를 가져다 주니 꽤 괜찮다며 앞으로 계약하지 않겠냐고 물었던 출판사와 덜컥 계약을 하게 되었다. 더 이상 내뺴려고 해도 내뺄 수 없는 길이었다.

제목은 뭘로 하지?

은월의 하루는 이 질문으로 끝났다.

-

[메르세데스] [오후 9:16] 은월! [메르세데스] [오후 9:16] 단편소설집 냈다면서? [메르세데스] [오후 9:16] 내빼지 마, 소문 다 났어! 왜 말 안했음? [팬텀] [오후 9:16] 뭐??? 소설?? 쟤가? [루미너스] [오후 9:17] 축하해. [프리드] [오후 9:17] 은월 축하해! 그리고 난 벌써 샀어 :) [아란] [오후 9:17] ㅇ? 아직 출판 안하지 않았음? [프리드] [오후 9:17] 아..내가 은월이 계약한 출판사 사장님이랑 친분이 있거든 ㅎㅎ 한 권 빼놨지. [프리드] [오후 9:19] 얘들아...?? [프리드] [오후 9:19] 왜 말 안해...ㅠㅠ [아란] [오후 9:20] 그래서? 책 이름이 뭔데? [프리드] [오후 9:20] 아이스 에스프레소 <<래. [팬텀] [오후 9:20] 옛날부터 에스프레소만 주구장창 마시더니 소설집 이름도 에스프레소냐ㅋㅋ [루미너스] [오후 9:20] 너답다. 언제 한번 얼굴 보러 갈게. [프리드] [오후 9:20] 사장님께 너네 것도 뺴달라고 말씀 드릴까? [메르세데스] [오후 9:20] 프리드... [프리드] [오후 9:20] 응? 왜? [메르세데스] [오후 9:22] ...아무것도 아니야.

벌써부터 잔뜩 쌓여있는 제 친구들의 카톡에 은월은 살풋 웃었다. 기말고사 기간이라 과제에 치이고 시험에 치여 바쁠터인데도 살갑게 말해주는 친구들이 내심 고마웠다.

[은월] [오후 9:22] 내일 출간이야. 서점에서 사ㅋㅋ [은월] [오후 9:22] 참, 거기에 너네 이야기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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