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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퀘][백도] 붉은 것

지인 리퀘스트입니다. 원래 타커플링 리퀘는 받지 않아요. 공백 포함 1400자 정도..

※TRIGGER WARNING※

마피아, 살인, 결벽증,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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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것

더러웠다. 제 손가락 마디마디를 찐덕하게 감아오는 검붉은 피가 혐오스러워 견딜 수 없었다. 손 끝으로 뚝뚝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핏방울이 마치 저를 투명하게 비치는 것 같아 고개를 돌렸다. 수백번이고 수천번이고 방아쇠를 당겼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총격 후의 충격또한 제 기분을 떨어뜨리는데 일조했다. 방아쇠를 당긴 손의 어깨가 아릿하게 저려왔다. 적막 속에서 제 품에 있던 하얀 손수건을 꺼내니 천과 천이 닿았다 떨어지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제 손에 질척하게 달라붙었던 붉은 것들이 흰 손수건으로 스며들었다. 닦았는데도 손에 선명하게 남은 붉은 핏자국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붉어진 손수건을 아무렇게나 던져버리곤 발길을 돌렸다. 제 가는 곳을 따라 들려오는 구둣소리가 썩 마음에 들었다.

"어, 왔어?"

저가 머물던 호텔에 들어서자 생각치도 못한 사람이 제 침대 위에 앉아있었다. 비딱하게 다리를 꼬고 앉은 그의 모습이 마치 그의 성격을 대변하는 듯 했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기에 그의 말을 무시하곤 구두를 벗었다.

"이제는 무시야?"

그가 듣기 싫은 음색으로 비꼬는 듯한 말을 하자, 속에서 뜨거운 것이 끓어오르는 듯했다. 그래, 누가 이기나 보자.

"변백현, 이제는 무단침입까지 하는건가?"

"어이어이. 우리는 살인까지 하잖아? 이건 약과라구."

하, 동료라니. 다리를 꼬고 제 침대에 편하게 앉아있는 꼴이 못 볼 성 싶었다. 자켓을 제자리에 걸치고 손을 씻으려 화장실로 들어가려고 하자, 그가 제 이름을 불렀다. 도경수.

"내 손. 안 씻겨줄꺼야?"

그가 그의 손을 자랑스럽게 제 앞으로 내밀었다. 붉다. 붉은 것으로 뒤덮인 그의 손이 갈 곳 잃고 정처없이 허공에 머물렀다. 아까 전에, 분명히, 다리를 꼬고, 손으로... 침대를 짚지 않았나? 하얗게 머릿 속이 점멸해가는 듯 했다. 손바닥이 축축하게 젖는 느낌이 들었다.

"뭐하는 거야!"

성큼성큼 걸어가 그의 손을 잡아끄니 역시나, 흰 침대시트가 붉게 물들어있었다. 신경질적으로 이불을 빼고, 침대시트를 걷어올렸다. 어정쩡하게 서 있는 그를 무시하고 세탁기에 이불과 침대시트를 넣었다. 아니, 쳐 넣었다 라고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지도 모르겠다.

"대체 이게 뭐하는 짓이야? 나 더러운 거 싫어하는 거 몰라?"

"도경수."

그가 제 이름을 작게 읊조렸다. 한순간이었다. 그에게 왜냐며 신경질적으로 쏘아붙이려고 하는 내 입을 물컹한 것이 막아버린 것은. 뜨거운 것이 제 혀를 옭아맸다. 치열을 훑고, 저를 말 그대로 잡아먹을듯이 혀를 놀려댔다. 더 이상 누구의 타액인것일지 모를 액체가 목구멍으로 넘어왔다. 작게 실눈을 뜨고 그를 흝겨보니, 그는 눈을 감고 있었다.

더 이상 숨을 쉬기 어려워 그를 밀쳐내니, 그가 평상시의 웃음을 지으며 제게 말했다. 다시?

"미친놈..."

그가 다시끔 손을 제게 뻗었다. 피가 잔뜩 묻어있었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더 이상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뜨거운 열기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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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엔딩 전에 다른 걸 생각했었는데, 귀찮아서 끊었다. 친구야 미안... 공이 키스하면서 수의 뒷통수에 총을 겨누는 엔딩이었는데, 그 뒤는 알아서 상상하시길. 다른 커플링 연성하는 것도 재밌어서 괜찮지만, 역시 프은이 최고,,,((대체.. 친구야 프은도 연성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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