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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텀은월] 불꽃축제

불꽃놀이 하는 날, 시간 날조 주의. 불꽃놀이를 한번도 가본 적이 없어서 문외한입니다....,,.,.

공포 4700자 정도. 제 글은 언제나 붕괴가 많습니다..,.,.,,,ㅎㅎ,,,

 

불꽃축제

기.

미성년의 마지막, 그리고 11월. 쌀쌀한 바람이 불어와 교복 재킷을 여미고 등교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모두 사람의 동정심을 유발하는 무엇과도 같았다. 개중에 다수는 공부에 관한 이야기를 했고, 몇몇은 아이돌이나 게임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소수는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여의도? 거긴 왜?”

“왜냐니... 핸드폰 끊은 티 좀 내지 마라. 불꽃축제 하잖아. 보러가자고.”

“아...그래.”

“..은월......너무 쿨한 거 아니야? 방금 조금 마음 아팠어.”

이들은 후자에 가까웠다. 둘 다 교복 대신 후드티를 입고 등교하는 모습이 영 공부와는 거리가 멀 성 싶었다. 은월이라 불린 한 명은 손에 영단어장을 들고 있었는데, 이 때문에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는 듯 했다. 대화에 참여하나 싶으면서도 상대가 말하는 것을 계속해서 놓치고는 “미안. 못 들었다. 뭐라고?” 라고 말하는 것을 들으면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대화를 계속 이어가는 상대가 참 대견해보였다.

“누구랑 같이 갈건데?”

“음...확정된 건 너랑, 나랑. 메르세데스랑, 프리드, 아란, 에반.”

“아...루미너스는?”

“됐어. 샌님은 빼고 가자구.”

너무나도 당연하게 루미너스를 빼고 가자는 말에 살풋 웃어재낀 은월이 팬텀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움직인 긴 고동색 머리카락이 바람에 나부꼈다. 저와 같지만, 조금 더 깊은 자색 눈이 팬텀을 바라보았다. 팬텀은 이 때 약간 기분이 붕 뜬듯한 느낌을 받았다. 추워서 그랬던 건지는 몰라도 귀가 달아오른 것도 같았다고 팬텀은 조금 더 먼 미래에서 말했다. 그 눈맞춤에 답례로 눈꼬리가 휘어진 눈웃음을 지어준 팬텀이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아직 마치지 못한 학교가 저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승.

수능이 끝나고 한달이 지났다. 은월은 솔직히 아직도 조금 얼떨떨한 기분이라고 했다. 팬텀도 그에 맞장구쳤다.

다행이게도 그들은 모두 저가 신청한 대학교에 합격했다. 은월은 원래 프리드와 같은 대학교를 가고 싶었건만 2차 면접에서 떨어져버려 본의 아니게 팬텀과 같은 대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은월은 프리드와 같은 대학교에 가지 못해 한동안 우울해했지만 이내 팬텀과 같이 다닐 수 있다는 사실에 헤픈 미소를 지었다. 팬텀은 이를 보며 바보같은 미소라고 한마디 했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 지하철 안에 있었다. 왜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아마 그들이 일전에 지었던 약속 때문일 것이다. 팬텀은 아침부터 조금 들뜬 마음으로 옷을 골랐고, 은월은 졸린 눈을 비비며 평소보단 훨씬 덜 피곤한 마음으로 아침커피를 즐겼다. 약속 시간은 오후 2시였던지라 준비시간은 넉넉했다. 지하철을 타고 여의나루역에서 내려야했으므로 12시 30분이나 1시에 출발해도 전혀 무리가 없었다.

은월은 2호선을 타고 영등포구청역에서 9호선으로 갈아타서 가야했고, 팬텀은 부모님 차를 타고 가 조금 더 늦게 출발한다고 했다. 자가용 차가 아니라 부모님 차라니... 2주정도만 더 지나면 성인인데도 아직까지 보호를 받는 청소년이라는 점에서 무엇과의 괴리감이 느껴졌다. 가끔씩 상상하곤 하는 팬텀의 이미지하고는 달라 은월은 남모를 웃음을 훔쳤다.

“아, 여기 있었네. 찾고 있었어. 다른 얘들은?”

“어..아직 안왔는데? 카톡 보내볼게.”

오후 1시 53분. 은월보다 조금 늦게 도착한 팬텀이 역내에서 그를 만났다. 검정색 캡모자를 푹 눌러쓰고 그 위에 회색 후드티 모자까지 걸쳐 쓴 모습이 저혈압인 그의 성격과 꽤 비슷하다 싶었다. 저가 웃으며 그를 바라보자, 은월또한 핸드폰에 두고있던 눈을 돌려 저를 바라본다. 아, 또다. 깊은 자색 눈이 저를 꿰뚫어 볼 듯이 쳐다보았다. 사각거리며 천이 부딪히는 소리에 다시 눈동자를 돌려 그의 핸드폰을 쳐다보았다. 뒤늦게 심장 근처가 살살 간지러웠다.

[은월] [오후 1:53] ㅇㄷ?

[에반] [오후 1:53] 넹...?? 집인데요...??

몇 초, 아니 보내자마자 바로 온 카톡 알림음과 동시에 팬텀과 은월이 서로를 쳐다보았다.

[은월] [오후 1:53] ? 오늘 만나기로 했잖아

[팬텀] [오후 1:53] ㅇㅇ 나 지금 은월이랑 같이 있음

[프리드] [오후 1:53] 어...내일 아녔어?

[에반] [오후 1:54] 헉 저는 내일 모레로 알고 있는데..

에반보다 후에 카톡을 확인한 프리드가 빠르게 손가락을 움직여 카톡을 보냈다.

아 세상에... 프리드에게서 도착한 카톡과 동시에 일의 전말을 깨닫게 된 팬텀과 은월이 아...하며 안타까운 탄성을 내질렀다. 아마도 오늘은 그들만의 축제가 될 것 같았다.

-

그들이 도착한 곳엔 이미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담화를 나누고 있었다. 발을 딛일 틈도 없이 빽빽하게 앉은 사람들을 보며 팬텀은 예상이라도 했는듯 어깨를 올려 어쩔 수 없다는 듯한 제스쳐를 취했다. 물론 은월은 그런 팬텀을 보며 이럴 줄 알았다며 조금 어두워진 표정으로 재차 한숨을 내쉬었다.

“앉을 자리 좀 찾고 있어봐. 어디 좀 다녀옴.”

앉을 자리를 찾으러 주위를 거닐던 은월을 뒤로한 채 팬텀이 그에게 짤막한 말을 던지곤 뒷편으로 사라졌다. 다리도 아프고, 사람들은 더 많아졌고... 명당 찾기를 포기한 은월은 그냥저냥인 무난한 자리에 털썩하고 앉았다. 불꽃축제는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체력이 깎이는 것 같았다. 마치 게임이라면 HP의 절반이 순식간에 닳은 느낌이랄까... 까슬까슬한 풀이 그의 손을 간지럽혔다.

저를 의식하는 팬텀의 눈길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게...그렇게 맹렬하게 쳐다보면 모르는 것이 이상하지 않을까 싶었다. 문제는, 저 자신조차 그에게 호감이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만약 팬텀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의 얼굴이 조금 달아오를지도. 시덥지 않은 생각만 하는 자신이 조금 웃겨 미소를 지으며 하늘을 쳐다보았다. 금세 짙은 쪽빛으로 물들어버린 하늘이 새삼스러웠다.

“야”

즐겁게 하늘을 쳐다보고 있던 제 시야를 가리는 손에 무의식적으로 눈을 찌뿌렸다. 그 손이 사라지자 곧있어 살짝 달아오른 팬텀의 얼굴이 하늘을 전부 가렸다. 저리 좀 가봐. 그 말과 동시에 시야에서 사라진 팬텀이 제 옆에 주저앉았다.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니, 땀을 흘리고 있었다. 뛰어온 것일까. 숨을 골랐다고 해도 크게 오르내리는 그의 어깨는 숨길 수 없었다.

대체 무엇을 하고 온것인지 물어보려던 찰나, 그의 손에 잡힌 정체모를 물체가 눈에 띄었다. 그런 은월의 낌새를 눈치챈듯 팬텀이 웃으며 제 손에 잡힌 것을 흔들어보았다. 그와 동시에 병 안에서 무언가 찰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갈색 병에 흔들리는 액체라.... 의심가는 것은 단 한가지밖에 없었다.

“우리 성인 아닌데?”

“알아. 그래도 2주 남았는데 한 번쯤은 마셔줘야하지 않겠어? 미성년일 때 마시는 술하고 성년일 때 마시는 술의 느낌은 다르다니까~”

“그걸 니가 어떻게 아는데......너 설마...”

“설마. 그냥 말이야 말. 장난이라고.”

마시자.

팬텀의 짧고 굵은 한 마디와 함께 뚜껑을 따는 경쾌한 소리가 들렸다. 이내 쪼르륵하고 종이컵에 기포를 터뜨리며 흘러내리는 액체가 제 시선을 모았다. 종이컵을 가득 채울 때까지 붓고선 제게로 능청스럽게 컵을 내미는 모습이 당황스러우면서도 정말 그같아 웃겼다. 시원하게 웃어재낀 은월이 씩 웃으며 팬텀에게 건배를 하자는 제스처를 취했다. 아무 말 없이 웃음으로 대답하며 은월의 컵에 제 컵을 부딪히곤 시원한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켰다. 곧 불꽃축제가 시작될 것 같았다.

전.

불꽃축제가 시작되자, 눈 앞에 믿을 수 없는 절경이 펼쳐졌다. 어두운 남색으로 변해버린 하늘을 배경으로 높이 솟아올라 펑하고 터져버리는 불꽃이 아름다웠다. 형형색색 터지는 불꽃들이 잊지 못할 광경을 선사해주는 듯 했다.

옆에 앉은 그 또한 불꽃놀이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자색 눈동자에 담긴 불꽃들이 나에게 경고를 보내는 듯 했다.

“예쁘다.”

“그러게.”

단 두 마디로 이 상황을 설명할 수 있었다. 이와는 반대로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마음 속에 소용돌이쳤다. 표현하자면..그래. 무언가가 펑펑 터지는 불꽃놀이처럼 높게 솟아올라 정점을 찍었다. 어두운 남색 하늘에 연두색과 분홍색, 빨강색, 주황색, 보라색이 널브러졌다. 나는 아마 너에게 다시 반했을 것이다. 너는 마치 나를 향해 날아오는 폭죽과도 같았다.

술을 마셔 기분이 좋았다. 잘은 모르겠지만 달아오른 기분이었다. 둘은 누구라고 먼저할 것 없이 얼굴를 가까이했다. 서로의 숨소리가 이렇게까지 잘 들리는 것은 분명...세상에 우리 둘만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시켜주기 위해서일 것이었다. 손을 들어올려 서로의 얼굴을 조심스레 만졌다. 바람 때문에 차가워진 살결에 손이 닿자 금세 뜨거워졌다. 눈을 감고 본능이 이끄는대로 움직였다. 더 이상 말은 필요하지 않았다. 촉촉한 입술이 닿았다가, 그대로 머물렀다. 세상엔 우리만 남고, 펑펑 터지는 폭죽소리만 가득한 것 같았다. 배경음악으로 딱 좋은 소리였다.

결.

불꽃축제는 계속되었다. 팬텀의 입술이 떨어지고, 부끄러움도 느낄 새 없이 또다시 새로운 불꽃이 솟아올라 그림을 수놓았다. 둘의 눈길이 동시에 하늘을 향했다.

“...좋아해.”

팬텀이 낮게 가라앉아 단호하면서도 부드러운, 모호한 목소리로 담담하게 말했다. 팬텀은 그리 말하면서도 은월을 쳐다보지 않았다. 하늘을 쳐다보는 눈빛이 환희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았다.

“나도.”

은월은 하늘을 쳐다보던 눈을 감은채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조심스레 얽혀있는 손가락이 뜨거웠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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